펌 출처 ---> http://koinedata.tistory.com/76
<진홍가슴새의 비밀>
옛날 아주 오랜 옛날, 하나님의 세상을 처음 만드실 때의 일입니다.
하나님은 사랑어린 모습으로 만물을 만드시고, 그러다가 해질 무렵 갑자기 생각난 듯이
조그만 잿빛 새를 만드셨습니다. 새가 완성되자 하나님은 새에게
"네 이름은 '진홍가슴새'란다~"
진홍가슴새는 자기를 보고 싶었습니다. 맑은 호수에 비춰진 새의 모습은 아무리 둘러보아도
가슴 쪽에 붉은 색 하나 없는 쟂빛 뿐이었습니다. 진홍가슴새는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.
슬픈 마음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.
"하나님은 왜 내 이름을 '진홍가슴새'라고 하셨을까? 어쩌면 하나님께서 깜빡 잊으셨는지 몰라."
이렇게 생각한 새는 하나님께 다시 날아갔습니다.
"저는 부리에서 꼬리까지 전부 잿빛입니다. 제 몸엔 진홍털이라곤 한개도 없는데,
왜 '진홍가슴'이라는 이름을 주셨나요?"
작은 새는 제 풀에 서러워져 그만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고 말았습니다.
하나님은 진홍가슴새를 가만히 바라보셨습니다. 하나님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.
"내가 '진홍가슴새'라 정했으니 네 이름은 진홍가슴새다.
그렇지만 네 마음가짐 하나로 너도 붉은 털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."
하나님께서 손을 높이 들어 다시 한번 그 작은 새를 세상에 날려보냈습니다.
나처럼 보잘 것 없는 작은 새가 어떻게 하면 붉은 털을 얻을 수 있을까?
생각한 끝에 진홍가슴새는 찔레꽃이 핀 가시덤불 속에 둥지를 틀었습니다.
혹시라도 찔레꽃 잎에 떨어져 가슴을 붉게 물들여 줄지도 모르니까요.
그 날로부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세월이 흘러흘러서
이윽고 역사에 길이 기억될 새로운 날이 찾아왔습니다.
그날 아침, 예루살렘 변두리의 작은 산에 살고 있는 진홍가슴새는
우거진 풀숲 둥지에서 아기 새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.
하나님이 목소리를 듣고 그 손에서 파르르 하늘로 날아간 시조새 이후로 계속 전해져 내려오는
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.
"훌륭한 선조님들이 그리 열심히 노력하셨는데도 이루지 못한 걸,
너희들이 어찌 할 수 있겠니? 사랑하는 것, 노래하는 것,
용기를 갖는 것 말고 또 무슨 방법이 있지?"
그 때, 어미 새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.
갑작스럽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 잿빛 몸을 바들바들 떨었습니다.
예루살렘 성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진홍가슴새의 둥지가 있는 곳으로 몰려오고 있었습니다.
말탄 장교가 보였습니다. 창을 든 군인들도 몰려왔습니다.
망치와 커다란 못을 든 관리가 뒤따르고, 으스대며 걸음을 옮기는 제사장도 있었습니다.
흐느껴 우는 여인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.
그 뒤에 소란스럽게 뒤따라오는 불량배들과 소리지르며 달려드는 구경꾼들도 있었습니다.
새끼들은 어미새의 날개에 가려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.
오직 망치소리와 고통에 찬 신음소리 그리고 무자비한 외침만 들릴 뿐이었습니다.
" 사람들은 정말 잔인하구나!
저 사람들을 십자가에 못박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한 사람 머리에는 가시관까지 씌웠구나."
어미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.
"가시에 찔린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네, 저 사람은 대체 누구기에,
저리도 고통을 받으면서도 저토록 의연한 걸까?
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길은 또 얼마나 부드러운지. 누구도 저 사람을 미워할 수 없을 것 같은데...
저 사람이 괴로움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 심장이 찟어지는 느낌이야."
어미새는 가시관을 쓴 사람에게 한없는 동정심이 일어나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.
" 내 비록 보잘 것 없는 작은 새지만 괴로움을 당하는 저 불쌍한 사람에게
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있을거야."
어미새는 둥지 밖으로 날아갔습니다.
날개를 펴고 십자가에 달린 사람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.
진홍가슴새는 한 번도 사람들 옆에 가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.
그러나 용기를 낸 어미새는 가시관을 쓴 사람에게로 날아가
이마에 박힌 가시를 자신의 부리로 힘껏 뽑았습니다.
가시를 뽑는 순간, 그 사람의 피 한방울이 어미새의 가슴에 떨어졌습니다.
핏방울은 점점 번지더니 진홍가슴새의 짧고 부드러운 가슴털을 흠뻑 물들였습니다.
그때. 가시관을 쓴 사람이 입술을 움직여 어미새에게 가만히 속삭였습니다.
"네 착한 마음씨로 너의 조상들이 세상 첫 날부터 구하던 것을 이제 얻을 수 있게 되었다.
너부터 그것을 얻게 될 것이다."
어미새는 그말씀이 무엇을 말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그저 슬픈 마음만 안고
새끼들이 기다리는 둥지로 돌아갔습니다.
어미새가 둥지로 돌아오자 아기새들이 어미새를 보고 쫑알거렸습니다.
"엄마 가슴이 빨갛게 되었어요. 가슴이 들장미꽃보다 더 붉어졌어요!"
" 그 불쌍한 사람의 이마에거 떨어진 핏방울이란다. 시냇물이나 맑은 샘물에 닦으면 지워지겠지."
어미새는 곧 샘으로 날아가 맑은 물로 핏방을 자욱을 닦았습니다.
그러나 아무리 닦아도 가슴에 묻은 붉은 색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.
아기 새들도 자라면서 가슴의 털이 피처럼 붉게 빛났습니다. 그 후부터였습니다.
모든 진홍가슴새의 목과 가슴은 지워지지 않는 진홍 빛을 띠게 된 것이 말입니다.
<진홍가슴새의 비밀> 동화의 작가 - 셀마 오틸리아나 로비사 라겔뢰프(Selma Ottilia Lovisa Lagerlöf, 1858년~1940년)는
스웨덴 작가이다.
그녀는 스웨덴 베름란드에서 태어나 북구의 특유한 풍토 속에서 자랐으며,
소녀 시절부터 풍부한 상상력을 길러 나갔다.
스톡홀름 근교(近郊)의 여학교 교사시절에 쓴 <예스타 베를링 이야기>(1891)가
현상소설에 당선하면서부터 문단에 데뷔했고, 이어서 <보이지 않는 고삐>(1894),
그리고 왕실로부터 장려금을 받아 외국 여행을 한 성과로서 <반(反)그리스도의 기적>(1897)이나
<예루살렘> 2권(1902)을 저술했다. 이 작품은 농민의 신앙과 향토애와의 상극(相克)을 그린 대작이며
<늪가 집 딸>은 가난한 처녀의 선의와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고 또 영화화되어 유명해진
<환상의 마차>(1912) 등 우수한 중편도 있다. 그의 풍부한 상상력과 모성적인 깊은 애정은
이 밖에도 많은 작품을 낳게 했다. 소년소녀용으로는 <닐스의 신기한 여행>이 유명하다.
190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. 스웨덴 아카데미 회원이라는 명성을 얻었으나
제2차 세계 대전으로 마음 아파하면서 1940년 3월 고향에서 세상을 떠났다.
<진홍가슴새>
<http://mbillust.co.kr/mb/bbs/view_slide.php?bo_table=sys_01&wr_id=110851&m_id=bluegostwon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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